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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송창섭 작성일     2011-06-01 조회수     4023
제목  
  빛을 잃은 별밤에 사람등대 불 밝히니

빛을 잃은 별밤에 사람등대 불 밝히니

- 제2회 울산 태화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 (100km, 2011 05 28-29)

 
저녁 6시 무렵 출발 소리와 함께 문수축구장을 빠져나갔다.

달리는 길에서 참가자들 서로 손을 잡고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동반주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울트라만이 지닌 매력이다.

작년과 경로가 많이 다른 이번 대회,

때문에 이 곳 지리에 어두운 나는 길의 모습이 새롭고 낯설어

자못 풍성한 볼거리로 한층 흥미진진하리라 예상했다.

 

어둠이 깔리면서 가로등이 자신의 존재를 밝힌다.

달리는 차량의 불빛은 나의 눈을 부릅뜨게 만들었다.

앞서가는 달림이들의 등에 불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나를 시험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고독한 잔치가 펼쳐졌다.

물을 머금은 논두렁에서는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허공을 뒤흔들었다.

녀석들에게도 지휘자가 있는지 짜임새를 갖춘 대단한 가창력이었다.

가끔 저음의 굵은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렸다.

맞장구라도 치듯 어두운 숲 속에서는 뻐꾸기와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간간히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까지 합세한다.

인간과 자연이 엮는 밤의 향연이 꽃을 피웠다.

 

어디쯤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구절양장처럼 이리저리 휘어진 골목길을 내질렀다.

길이 헷갈릴 만한 곳엔 봉사자들이 야광봉을 들고 친절히 안내를 했다.

나 같은 이방인은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그분들의 수고로움은 흐린 밤하늘을 내내 환히 밝혔다.

과학의 발달로 첨단 항법 장치를 이용한 선박들은 어려움 없이 목적지를 찾는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항구에 등대가 없는 것은 뭔가 허전하고 아쉬움을 준다.

불 꺼진 항구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봉사자의 삶은 바로 그 등대 이상의 역할을 하기에 무한정 빛을 발한다.

 

울산역의 화려한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웅장한 규모가 피로에 젖은 인간을 압도했다.

문명은 사람에게 이롭고 편리함을 주지만 이따금 멀리 하고 싶은 때가 있다.

인간이 창조한 것임에도 인간을 넘어 인간을 앞지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몸서리치는 전율이 온 몸을 엄습하는 것은 여전히 익숙치가 않다.

역사 주변에는 사람들이 제각각 길을 찾아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늦은 시각이라 분위기는 비교적 한산했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청포도알 같은 젊은이들도 보였다.

버스도 차분하게 줄을 서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렇게 토요일 밤은 강 건너 저편 세계로 흘러가고 있었다.

꾸역꾸역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전진한다.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56킬로미터 지점인가 주최 측에서 마련한 국밥을 단숨에 들이켰다.

호흡을 가다듬고는 물을 한 병 들고 길을 나섰다.

언제까지 두 다리 쭉 뻗고 쉴 수만은 없었다.

길이 있기에 길이 끝나지 않았기에 길이 나를 묻기에 나는 가야 한다.

 

새벽 두 시 경쯤 하늘이 시커멓게 물들더니 가랑비가 휘날렸다.

비가 오려나 했는데 이내 그쳤다.

바람에겐 휴식이란 말이 사전에조차 없는가 보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질 않고 무서우리만치 꾸준히 움직였다.

걸음이 무뎌져 맞바람을 안을 때에는 춥기까지 했다.

힘들고 고달픈 생각이 들어도 그 상념은 오래 가지는 않았다.

잊을 겨를을 한 치도 허용하지 않는 분들이 계속 동공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불타는 봉사심으로 자리를 지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고유한 삶을 남을 위해 기꺼이 내어 놓는다는 것 가벼운 일이 아니다.

잠도 오고 춥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할 것이다.

다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참 힘들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는 말로 노고의 백분의 일이라도 보상할 수 있을까.

빛을 잃은 별밤이지만 오히려 사람은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기억나네.

오렌지 조각을 앞에 두고 추위에도 젊음을 과시했던 울산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 힘!

태화강 물줄기도 어둠의 껍질을 벗으며 자태를 드러낸다.

아침 운동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강변길을 누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머리 희끗한 아저씨 한 말씀 하시네.

달리는 모습이 시원하고 보기 좋습니다.

예에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새벽을 지나 가로등불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고 어김없이 동이 텄다.

며칠 전 내가 아일랜드 출신의 데이빗에게 한 말을 중얼거렸다.

Dawn comes even though you wring the cock’s neck.

허 허 허.

 

마침내 90킬로미터 지점에 이르렀다.

사진기를 들이대는 이가 있어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폈다.

멋진 품새를 뽐내려 의식을 했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사진을 찍더니 내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미는 게 아닌가.

이게 누구야 영원한 마라톤 길벗 ㅈㅇ 친구였다.

그야말로 작년 이곳에서 만난 이후로 딱 일 년만이었다.

반가움에 서로 가슴을 부둥켜안고 근황을 주고받았다.

 

아침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촌각을 다투는 듯하다.

살벌한 굉음을 내며 곁을 질주한다.

곁눈질을 하면서 무거운 몸을 받쳐 한 걸음씩 옮긴다.

버스정류장에서 어느 여인이 내뱉는 말이 스친다.

마라톤 대회를 왜 이렇게 아침 일찍 하지?

 

어슬렁거리며 완만하고 긴 오르막을 올랐다.

정신력, 체력 모두 예전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

그래도 완주한다는 것 대단한 일 아니냐 자위했다.

월드컵 경기장 상체가 보였다.

이제 다 왔습니다, 힘내세요 마지막 격려의 말이 쏟아졌다.

다리에 축적된 젖산이 조금씩 녹는 듯하다.

양산에서 나를 보러 새벽잠을 설치고 달려온 친구 ㅇㅎ 녀석과 손뼉을 마주쳤다.

으흐흐 이게 하이파이브란 것이었지.


오랜 산고 끝에 낳은 알 그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새가 창공을 향해 첫 비상을 하듯

나는 두 팔을 활짝 펴고 환희의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무박 이틀 간 별은 빛을 잃었지만 사람의 광채만큼은 더욱 강렬했다.

길에 단근질하듯 남긴 땀과 고뇌의 발자취는 내가 나를 밟은 결과물들이다.

머지 않아 그것들은 삶의 움돋이로 되살아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각인될 것이다.

  
출발점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결승점 또 다른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 이르기까지 김부열 대회장님과 대회 관계자들, 울산시장님과 지역 인사들, 울산 지역 마라톤 연합회 회원들, 문수MTB 회원들, 울산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준비물 :

긴소매옷, 반바지, 발가락양말, 모자, 운동화(프로스펙스 36,000원), 배낭, 비옷, 목수건,

전조등, 깜박등 2개, 초콜릿 5개, 힘즙 2개, 물, 경로표, 휴대전화, 비상금(5,000원)

 

 

거리(km) 지명 걸린 시간

10 양동마을 입구 1:08:03

15 청량사 1:40:17

20 GS25 2:19:00

31.3 산좋고물좋고 3:48:57

40 장촌상리버스정류장 4:59:49

45 - 5:42:06

56 울산들꽃학습원 7:21:37

60 - 8:10:37

65 갑산선재 8:56:08

70 - 9:40:52

75 원동현대㉵ 10:23:07

80 둑방길11:05:53

85 명촌교 11:38:20

90 횡단보도 12:15:42

95 - 12:55:44

100.2 문수축구장 13: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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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춘 [2011-06-06]
완주하심을 축하드림니다..
완주기 감명깊게 읽어슴니다 ...
항상즐달 하시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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