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관리자
작성자     오재홍 작성일자     2010-06-03 조회수     3425
제 목  
  태화강의 불꽃놀이
첨부파일  



드디어 밤으로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다들 흥겨운 모습으로,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인들과 힘을 나누어 본다. 

 

이제 4일이 지났다.

신기루처럼 지난 4일전의 일이 뇌리에서 조그많게 자리잡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안타까운 명멸을 붙잡지 못하고 점점 작별의 속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음이 어찌보면 세월의 흐름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늘 망각의 동물인 인간이기에 어찌보면 미련스런 일을 후회속에서 반복하고 있다. 당시의 여러 가지의 고통요건들은 이제 다음 대회를 위하여 조미료로 작용할 것이다.  

고통은 그 자체로서 단지 족할 뿐이다. 그 이상 확대하거나 폄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태 달려본 대회 중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회가 되기에 더 이상 망각 속에 방치되기 전에 끄집어 내어 내 족적의 한자락으로 정리하련다.  

여태 울트라 대회에서 만족할만한 기록을 못냈다. 물론 많은 대회를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삶과 일터라는 일상을 무시할 수 없기에 삶을 일순위로 두어야 하는 점도 저해요소지만 대회를 앞두고 부상과 대회에 올인할 만한 훈련량이 충실치 않아서 저간의 대회기록들은 꽤 만족할 기록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지형요건, 주로상의 지원내용, 운영방식으로 볼 때, 호기록을 작성할 대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好事多魔, 대전지역의 홈대회인 유성대회를 진행하면서 기울인 에너지와 시간으로 인해서 부족한 훈련과 雪上加霜, 태화강대회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찾아온 목감기에서 콧물, 몸살로 전이되는 감기종합세트에 열흘 가량 시달리고 나니 전날까지 대회는 고사하고 태화강까지 가는 것도 힘겨운 나락의 몸상태로 곤두박칠쳐졌다. 

할 수 없이 금요일날 병원에서 주사 한방, 알약처방에 의지하여 다음날 몸상태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아침이 되니 몸이 회복되는 듯하다. 이번 태화강에 참가하는 우리 유성울트라 조직위원들을 모시고 가야하는 임무까지 있어서 필히 울산까지 가야만 하는데 그래도 몸이 다시 따라주는 듯했다. “그래, 그냥 함 처녀대회니까 이제 기록은 욕심은 더 이상 낼 수 없고 완주나 하면서 울산지방 풍취나 눈 속에 가득 담아오자.” 이런 마음을 지니니 다소 편해진다.  

울산, 70년대의 성장 주춧돌 답게 태화강을 따라 하상으로 내려가면서 대회장까지 가는 길은 거대도시로 변모한 모습에 도착하기 전의 이미지와는 다른 활기와 발전상을 표면 가득 노출하고 있었다. 그저 공업일변도의 발전만을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나라 삶의 뒤를 돌아볼 시점에서 인지 생태적 측면이 상당히 부각된 모습들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자세한 지리를 모르지만 몇 번 스쳐지나갔던 울산의 모습이 아닌 심장부를 관통하는 중심도로처럼 고층건물과 도로를 가득 메우고 바쁘게 질주하는 자동차들을 통해 이제 변방아닌 경제 중심지로서 충분한 몫을 해내고 있어 보인다.  

대회장, 역시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웅크린 힘이 폭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다들 조용조용히 그 힘을 다스리고 있어 보인다. 하룻밤의 폭발을 위해 자제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활기와 웃음으로 넘치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 1시간 남짓, 서서히 출발모드로 몸을 변신시킨다. 반가운 사람들 여기저기에서 인사 나누고...... 

출발하여 100을 완주할 때까지 어떠한 모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장 궁금하다. 태화강 조직위원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출발, 드디어 좁은 강변 주로에 사람들이 병목처럼 몰려서 서서히 빠져나간다. 이제 밤샘여행의 울타리 속으로 이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면서 내일까지 안전을 기원하면서 심장을 쉼없이 채찍질 할 것이다. 모든이의 무사완주를 기원한다. 북새통 속에 함께 왔던 유성조직위 형님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사라졌나......잠시 달리니 한사람 한사람 만나게 된다.




               서서히 태화강은 오늘의 빛을 거두어 들인다. 전망대가 멋지다.




                     우리는 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늘 부족하다.
                           뒤를 보니 더욱 멋지다. 선진도시 같다.

다리를 빠져나가자 드디어 태화강의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정돈된, 그리고 색감이 산뜻하고 깔끔하게 적당한 규모와 폭으로 깔린 우레탄 도로가 시원한 강변을 거슬러 오르며 한가와 여유를 만끽하는 울산시민들을 곁으로 스쳐보내면서 우리네 달림띠들은 앞만 보고 달려간다. 대회가 아니라도 좋다. 이런 아름다운 길을 달리는 것, 그 자체로서 무한한 행복을 느껴본다.  

정면, 서쪽 하늘에 내려오는 석양은 이제 밤샘여행을 재촉하면서 서서히 주변 세상을 아름답게 채색해 주면서 작별을 고해준다. 몸이 빨라진다. 오늘 그저 완주만 하면 되는데......달리다가 도저히 못 참고 사진을 찍어본다. 이제 풍경을 담는 사진이 시작된다. 그래 내가 이 순간, 이 시간을 다시는 볼 수 없는데 앵글 속에 담아 놓자.



    50km지점 부근에 길가에 자리잡고 밤새워 주자들을 환영해 주는 아름다운 친구들....




                                   이백의 싯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강변.
                   고층건물이 강하에 나란히 거꾸로 자리잡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간을 재본다. 10km-50'59", 20km-1.48'17", 30km-2.51'24", 40km-3.48'12", 50km-4.51'46", 60km-6.12'13" 이런 기록이 나온다. 물론 쉬는 자리나 시간을 최대한 자제하고 완주할 때까지 체력안배를 고려하면서 지속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그러나 기록은 여기까지다. 더이상 시계는 멈추어 버렸다. 아니 몸이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이다. 여태 달려온 것이 어쩌면 임무를 다한 두바퀴로 끝난 듯하다.  

고향냄새 물씬 풍기는 지점, 한적한 논다랭이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개구리들, 바쁘게 달려지나치는 달림을 위한 인사를 고하는 소쩍새들, 불빛만 순식간에 번쩍거리면서 사라지는 자동차들......이런 모든 것들은 이제 머리 속 잔상에 작은 편린으로 희미하게 남아 있다. 달리는 동안 많이 눈속에 담지 못하고 청각에 의지한 기억 속으로 한순간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태화강 주변의 고층불빛이 아름다운 채색으로 강물에 넘실거린다. 뭐, 달기기만 하나......다시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불빛아래 하늘거리는 이름모를 풍성한 규모로 화단에 가득 앉아있는 꽃과 강물의 네온사인을 담아본다. 그저 바라보고 숨쉬는 것만도 행복하다. 이제 주로엔 주자들이 잘 안 보인다.  

60km 교차점에 도착, 몸은 이제 힘들어진다. 감기약 기운과 감기고통이 서서히 나타난다. 현재까지 온 속도로 버텨줘야 하는데.......이런 작은 바람은 60km를 지나 다리밑 간식지점을 통과하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남은 40km를 위해 접어들었을 때부터 급격한 체력저하와 근육통이 확연하게 고개를 들고 나타난다. 여성 1등 주자가 앞서나간다. 따라갈 체력이 없다. 서서히 편안한 조깅 속도로 바꾸어 달린다.




             70km를 지나 후반부로 가면서 상큼한 공기를 뿜어주는 봉수대를 향하여
                      명멸하는 주자들의 뒷모습에 목적지를 향한 의지가 힘차다.

70km까지 7‘41’46“. 60 이후 이제 확실히 무너졌다. 그래 깊은밤 걷자. 달리기도 힘들다. 대회에서 이렇게 많이 남은 거리를 걷는 모드로 바꾸어 보는 것도 처음이다. 포기하려는 마음이 굴뚝같다. 달리지 못하면 그게 어디 대회인가, 기분좋게 달려서 골인지점까지 통과를 해야 대회에 흡족하게 참여했다 하는 평소 지론인데 그저 제한시간이 있다고 걷는다면 별 의미가 없어서 평소 이런 경우 포기하곤 했었다.  

70km지나면서 산을 오른다. 산바람이 몹시 춥다. 달리지를 못하니 흠뻑 젖어있는 온몸이 너무 춥다. 추위를 조금이라도 이겨보려 달리지만 100m도 달리지 못하고 이내 주저앉는다. 몸이 허락지 않는다. 자봉형님을 오라하고 포기할까 아님 대회측에 포기신고 하고 회수차 요청을 할까......하는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지친 길, 앙증스런 사물들의 모습이나 담자. 삶의 열정이 작은 자동차에서도 묻어난다.




        커피판매대가 상당히 어색하게 다가온다. 깊은 심야와 왠지 어울리는 듯하다. 




                                한국적인 정서와 어울리는 듯하다. 
                               잠시 반가움에 발길을 멈추어 본다.  
                             그러나 너무 산만하여 안정된 느낌이 없다.





                                 이제 날이 밝는다. 긴밤이 지나가고 있다.
                                 멀리 바닷바람에 희미한 조명이 가련하다.



그러나 오늘 남은 시간과 거리는 여행이란 컨셉으로 바꾸어 보자 하는 생각을 하니 고통도 즐겁고 남은 풍경과 장면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저 쩔뚝거리면서 걸어본다. 92km까지 걸었다. 중간중간 달리려고 시도하나 달릴 수가 없다. 다리 곳곳에 통증이 허락지 않는다. 
 

걸으면서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에 감사해 본다. 웅혼하게 펼쳐져 오르는 태양빛에 온몸에 전율을 느껴도 본다. 해변가 곳곳을 지나치면서 특이한 점. 재미있는 점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추위는 끊임없이 두팔로 걷는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두팔로 복부를 감싸안으면서 부자연스럽게 수없이 걸어본다.  

이제 날이 확연히 밝고 추위도 물러갔다. 85km지나서 농촌의 한가함과 아침을 준비하는 분주함이 눈에 들어온다. 정자고개를 오른다. 신선한 녹색이 가득 눈안에 들어와 간밤의 피로를 깔끔하게 몰아낸다. 부상당한 용찬형님이 옆에서 위로를 하면서 함께 해준다. 잠시 응원군으로 인해 힘이 생긴다.



                                     한때는 화려했던 곳이었으리라.
               가격표를 막은 것보니 왠지 사라져가는榮華에 대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드디어 여명의 머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일기는 맑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좀 더 찬란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다.





                                    목조건물의 여관이 독특하다.
                               대회만 아니라면 하룻밤 유하면 좋을텐데....
                                   아쉬움에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간다.





                               5월의 보리가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었나 보다. 
                    넓은 들녁에 보리만이 한쪽에 제법 수북하게 위세를 떨치고 있다.





                               청정지역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다.


수많은 울트라 달림이들을 65km부터 보냈다. 어느대회에서도 이렇게 허락한 적이 없는 많은 사람들을.....그러나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걷고 또 걸어서 대한민국의 한자락을 서서히 음미하면서 5월의 신록이 가득찬 삼림욕을 하면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자연을 맛보고 이야기하면서 아침이 밝아오는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는 행복감에 감사한다. 
 


어릴 적 향수가 묻어나는 곳, 멸공방첩이란 글씨가 그냥 지나치기엔 동심을 불러준다. 극성스럽게도 우린 70년대 반공방첩을 외치고 자랐었다. 이념의 대치가 동족의 손길을 이토록 오래 갈라놓으니 언제쯤이면 우린 평양까지 울트라 마라톤으로 올라갈 자유가 주어질까?




                   목숨을 다한 아카시아꽃이 수줍게 길가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그 생애가 아름답다.
                              아직도 남은 여생의 잔애가 갸륵하다.





                                       어찌어찌해도 길은 다가온다.
                사람의 숨이 남아 있는 한 지구는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 10이 남았다.
              그것도 내리막길....그러나 아픔은 내리막길도 만만하게 허락하지 않았다.


92km지점에서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서서히 환자처럼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달려본다. 조금 회복된 듯하다. 그래 달리자. 더 이상의 고통도 참아보자. 달리고 또 달렸다. 울산 시내로 접어들었다. 앞서가던 주자들을 한두명씩 서서히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도 다들 고통과 싸우고 있을텐데...앞서갈 때마다 격려의 말을 빠트리지 않았다. “힘 내세요!” 

강변 조깅코스로 접어들었다. 근데 도대체 골인지점이 안보인다. 이제 태양마져 목덜미에 열기를 뿜으며 괴롭히고 있었다. 저 멀리 아치가 보인다. 징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 

골인. 60km 이후 남은 40km를 무려 7시간 15분에 걸쳐 걸으면서 100km의 피니쉬에 올라섰다. 처음으로 울트라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 후반부를 걸었다. 그러나 걸은 것이 아니라 그건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충족이었다.고통과 모험이라는 울트라의 기본정신에 어찌보면 부합하면서 오늘의 대회를 치루었나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런 미지를 열어주신 태화강 조직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리면 저의 완주기를 마치겠습니다. 저의 拙稿인 長文,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직위원님들과 자봉하신 여러분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댓글쓰기
이      름
비밀번호
No | Subject | Name | Date | Hit
19 369번째 헌열하고 다음날 100km 도전 임종근 2010-06-17 5051
18 달빛 소나타..[8] 김유미 2010-06-16 4866
17 대회후기 많이 올려주세요 관리자 2010-06-15 4196
16 태화강의 메아리 구춘옥 2010-06-15 4577
15 두번째 울트라 도전기~~..[1] 이승우 2010-06-14 4270
14 소월과 함께한 태화강 여정 송창섭 2010-06-14 3842
13 순전희 그놈의 情 때문에!!!(마무리) 임순희 2010-06-06 3425
12 순전히 그 놈의 情 때문에~!!!!!(1편) 임순희 2010-06-06 3421
11 태화강 울트라 연가~~(3번째완주) 채수진 2010-06-03 3604
태화강의 불꽃놀이 오재홍 2010-06-03 3426
9 태화강 연가. 곽길용 2010-06-02 3259
8 울산태화강이여 영원하라..[57] 류창곤 2010-06-01 5438
7 동네 한바퀴가 전부였는데.... 정병철 2010-06-01 3293
6 길 떠나는 자 행복하여라 (태화강 울트라마... 박흥수 2010-05-31 3058
5 태화강 울트라여행 백형근 2010-05-31 3121
[1] 2 [3]